"농가 자생력만 해친 농업보조금, 구조조정해야"

입력 2015-10-22 18:08  

예산정책처 '보조사업' 분석

보조금 7년새 1조 급증했지만 농가 소득 향상은 미미
농기자재 공급과잉 유발…시장왜곡·도덕적 해이 초래
재배규모 상관없이 일률적 지원…농가 양극화만 심화



[ 고은이 기자 ] 농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연간 6조원 이상의 농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업의 경쟁력 강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보조금이 시장 왜곡과 도덕적 해이를 불러 농업의 자생력을 해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업 보조금을 대폭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기계·비료 과잉 공급돼

국회 예산정책처는 22일 ‘농업 보조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요 농업 보조금 제도를 분석했다. 올해 국내 농업 보조금 규모는 6조5000억원 수준으로 2008년 5조3000억원보다 1조원 넘게 불어났다. 농업 보조금이 농림축산식품부 전체 예산의 절반(45.2%)에 달한다.

하지만 커진 규모에 비해 정책 효과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소득 향상 효과도 별로 없을 뿐더러 오히려 보조금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농업용 면세유(농업용 기계에 사용되는 석유류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 지원과 농업용 기자재 영세율(세율을 0%로 매기는 것) 적용 등은 농기계 과잉 공급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농가의 정부 의존성을 부추기고, 농가 부채를 늘려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이 10% 이상 과잉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료·농약에 대한 지원은 비료의 과잉 투입을 유도해 토양의 양분 과다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친환경 농업 육성을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 보고서는 “비료도 지원하고 친환경농업 직불금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같은 모순된 보조금 체계가 정책 목표를 희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농업인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에 몰리면서 과잉 투자를 유발하는 문제도 생긴다. 정부가 특정 작물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해당 작물이 과잉 재배돼 가격이 하락하고 농민 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농가 양극화 초래

또 대부분의 보조금이 농가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원돼 농가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 연평균 100만원씩 쌀 농가에 지원되는 쌀 고정직불금은 대규모 농가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해 직불금 평균 지급액을 분석해 보면 0.2㏊ 미만 영세농이 받은 직불금은 13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10㏊ 이상 농가가 받은 돈은 1351만4000원에 달했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농가는 규모화에 따른 경영비가 낮아 순소득 수준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재배면적 기준으로 지급되는 고정직불제가 영세농과 대규모 농가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쌀 직불금 소득 따라 차등지원”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농업 보조금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권고했다. 농업 보조금을 복지적 관점과 산업적 관점, 환경적 관점의 지원으로 나눈 후 효과가 없는 정책은 과감히 개편하거나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모든 농가에 대해 균등하게 적용하고 있는 지원 체계를 조정해 대규모 영농에 대해서는 지원이 아닌 융자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예산정책처는 제안했다.

쌀 직불금과 면세유 지원 등은 농가 소득에 따라 차등화해 지원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윤희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일부 사업은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재정 지원과 조세감면 둘 다 구조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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